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수인 안녕하세요. 저는 기획자, 그리고 종종 음악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최수인입니다.

공상온도 연대 공연 ‘공생공상’에는 기획자이자 뮤지션으로 함께 하시게 되었어요.

수인 제가 함현희 대표님이 조합원으로 계신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이하 홍우주) 사무국 직원으로 일을 하다 보니, 공상온도의 시한부 선언을 듣고 자연스럽게 연대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기획 과정에서 아티스트를 모집할 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뮤지션으로도 함께 하게 되었죠. 제가 공연을 잘 하지 않다 보니 팬분들께서 제가 공연하길 바라셨거든요. 그래서 이왕 공연을 할 거면 ‘공생공상’을 통해 공연을 하고 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알리면 좋을 것 같아 뮤지션으로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공상온도를 알고 계셨나요?

수인 작년까지 인디 복합 문화공간인 언플러그드에서 일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언플러그드와 비슷한 결의 홍대앞 공간인 공상온도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는데요. 카페 뿐만 아니라 음악, 사진, 전시, 독립 출판물 같은 것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된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언플러그드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되었나요?

수인 2013년에 언플러그드에서 뮤지션으로 공연을 시작했어요. 제 공연 중 언플러그드에서 한 공연이 제일 많을 정도로 좋아하는 공간이었죠. 개인적으로 뮤지션으로서의 활동 이외에도 기획에도 욕심이 있었는데, 언플러그드에서 일하고 싶다고 대표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마침 언플러그드에도 기획자가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기획자로도 일을 하게 되었죠.

기획자로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이 있다면요?

수인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데 첫 번째는 오픈 마이크와 관련된 기획이에요. 언플러그드에서 월요일마다 오픈 마이크를 했어요. 그런데 오픈 마이크가 단순히 오픈 마이크로만 끝나는 게 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오픈 마이크에서 가장 돋보였던 뮤지션들을 선정해서 한 달에 한 번씩 공연을 세우는 기획을 했어요.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 뮤지션들에게 지속적인 활동을 응원하는 의미로 기획되었죠. 지금도 가장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하나는 ‘잔향’이라는 공연이에요. 아티스트가 본인의 시그니처 향수를 직접 만들어서 팬분들께 선물해 드리고 그 향과 같이 공연을 하는 거였죠. 서울라이브에서 지원을 받은 공연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공간을 운영하고 기획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수인 인디 음악이나 소규모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것 자체가 매니악한 분야잖아요. 그러다 보니 대중적인 카페나 공간들보다는 순환율이 좋지 않다 보니 매출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고, 단골손님도 있고, 좋은 퀄리티의 공연도 많이 열리지만 이런 좋은 문화들이 금전적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게 어려운 점인 것 같아요.

여러 어려움으로 많은 공간들이 사라지고 있지만 홍대앞 공간들이어서 가지는 의미도 큰 것 같아요.

수인 맞아요. 공간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한테도 의미가 있고, 공간을 꾸려나가시는 분에게도 의미가 있어요. 무엇보다 작은 공간에서 공연을 했던 뮤지션이 유명해져서 다시 한번 그 공간에서 공연을 하는 게 더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공간 자체가 소규모이다 보니까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는 없거든요. 최대로 해봐야 100명이 안 되는 관객들을 모시고 공연을 한다는 게 뮤지션 입장에서도 수익이 많이 나지 않으니 지속적으로 소규모 공간을 찾기는 어렵다고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지속적으로는 아니어도 유명해진 뮤지션들이 가끔씩 소규모 공간에 찾아와서 공연을 하는 게 씬의 확장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뮤지션이 유명해진 후에 유입된 팬의 경우, 소규모 공간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거든요. 좋아하는 뮤지션을 통해 새로운 팬들이 유입되고, 소규모 공연장을 찾는 새로운 팬층이 많이 형성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 아티스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지션이 있나요?

수인 아무래도 이승윤님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승윤님은 2017년에 언플러그드에서 같이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승윤님을 보면서 이 분의 음악은 요묘한 매력과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죠. 싱어게인에 나오기 전에도 승윤님이 보컬로 있던 알라리깡숑이라는 밴드를 섭외해서 공연을 한 적도 있고요. 그때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팀의 공연을 봤으면 좋겠다’라는 아쉬움이 좀 있었는데 싱어게인으로 잘 되셔서 너무 기뻤죠. 승윤님과 함께 알라리깡숑 팀원분들도 같이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인디씬에서 그런 스타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모두가 승윤님처럼 스타성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뮤지션으로는 활발하게 활동을 하시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수인 저를 아시는 분들은 많이들 아쉬워하지만 음악 이외에 다른 재미를 찾았어요. 언플러그드와 홍우주에서 기획자로 일을 하게 되면서 기획에 대한 재미를 더 찾은 거예요. 제가 어렸을 때는 나의 길이 음악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분야를 거의 찾아보지 않았거든요. 다른 세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그것들을 하려면 어떤 걸 해야 되는지 전혀 알아보지 않았어요. 그냥 음악 하나만 보고 살았고 대학교도 실용음악과를 나왔어요. 졸업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거의 5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한 일을 했는데, 그런 것들을 하다 보니 굳이 음악이 아니어도 재밌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더라고요. 기획이라는 일이 나의 천직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앞으로 계속할 수 있는 일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만 보고 살았던 세상에서 좀 더 다양한 세상을 바라보고 살 수 있게 되어서 재밌어요. 작년에 정규 앨범을 발매한 것도, 기존에 제가 써두었던 곡을 발매하지 않고 음악을 그만둔다면 나중에 정말 후회할 것 같아서 발매 후 좀 더 자유로운 마음으로 다른 일을 하기 위해서 큰 결심을 한 것이었어요.

그럼 음악을 아예 안 하시는 건가요?

수인 사실 아예 안 하고 싶었는데 요즘은 행사가 자꾸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자발적으로 공연을 만들지는 않지만 행사로 섭외가 들어오면 공연은 할 것 같아요. 발매하지 않은 곡도 아직 조금 있어서 여건이 될 때 가볍게 한 번씩 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전부였던 음악을 안 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수인 없어요. 제가 만약 정규 앨범을 내지 않았다면 아쉬움이 남았을 거예요. 근데 정규 앨범을 내면서 털어버렸기 때문에 전혀 아쉬움이 없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래도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예 그만둔 것은 아니고 기획 일을 하면서 여건이 될 때마다 남은 곡을 발매하지 않을까 싶어요.

돌아가서 ‘공생공상’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공생공상’의 첫 번째 시즌이 끝났는데 어땠나요?

수인 ‘공생공상’ 공연이 수요일에 열려서 관객이 거의 없는 공연도 꽤 있었어요. 오히려 카페 운영을 했으면 매출이 더 나왔을 수도 있는 날도 많았죠. 대표님께서도 사실 엄청 고생하셨을 거예요. 공상온도에 다른 공연들도 있고, 바쁜 와중에 수요일 하루를 더 공연을 한다는 게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드셨을 거라 생각해요. 공상온도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져가는 대안공간과 공상온도의 시한부 상황을 사람들에게 계속 노출시키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시대에는 연대하는 문화 자체가 많이 사라졌을지라도 공상온도나 참여했던 아티스트, 찾아오신 관객분들께 조금이나마 의미가 있었던 공연이었다면 좋겠어요. 

공연을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요?

수인 어려웠던 점은 역시나 모객이었던 것 같아요. 아티스트분 들도 좋은 마음으로 오셔서 공연해 주시고, 관객분들도 이런 상황을 알고 공연을 보러 오셨음에도 모객이 잘 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어요. 아무래도 아무런 대가 없이 연대하는 마음으로 참여해 주시는 기여자 분들과 아티스트 분들이 만들어 가는 공연이다 보니, 아티스트 섭외나 홍보 부분에서 아쉬운 점들이 많았죠. 그래도 찾아주신 아티스트 분들이나 관객 분들이 연대하는 마음으로 공상온도 상황에 공감해 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어려운 만큼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좋았던 점은요?

수인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공생공상에 참여해 주신 기여자 분들과 32팀의 아티스트 분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어서 좋았어요. 기여자로 참여해 주신 분들 중 홍우주 조합원분들도 있었지만 그저 인디씬을 살리고자 함께해 주신 분들도 많았거든요. 또 신인 아티스트 분들이나 관심이 없던 장르의 공연을 보면서 좋은 아티스트를 발견할 수도 있었고요. 그중 케니더킹님의 공연은 운영을 하면서 처음 봤거든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 케니더킹님의 음악이 많이 실려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뵌 건 처음이었죠. 여름에 공상온도에서 ‘Lemonade’를 부시르시는데 음원이랑 너무 똑같더라고요. 공간의 선풍기 소리나 바람, 온도, 조명이 음악과 너무 잘 맞아떨어지고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아티스트 분들은 공연비를 받지 않고 공연을 하시는 거잖아요. 공연비를 받지 않으심에도 불구하고 세션까지 섭외해서 공연을 해 주신 것 자체가 저희에게는 너무 감사했어요.

뮤지션 뿐만 아니라 기획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일을 해왔는데 일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을까요?

수인 사실 음악보다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공연은 제가 생각할 때 팀으로 이루어지는 느낌이 아니었어요. 공연을 기획한다는 것 자체가 기획자, 연출가 이런 사람들이 팀으로 운영된다는 느낌이 안 들고 아티스트가 와서 공연을 하고 가는, 주인공은 아티스트 한 명이라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물론 그게 좋은 공연일 수도 있지만요. 근데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의 이름이 실리고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게 되면 참여했던 모든 사람이 나와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공연 기획도 팀이라는 개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홍우주에서 페스티벌 더 서브를 진행하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요. 공연도 아티스트, 스태프들이 한 팀으로 운영될 수도 있겠다는걸요. 더 서브의 여운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던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살면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수인 예전에는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았거든요. 생각도 정말 많았고요. 생각이 너무 많고 그걸 다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힘들었는데, 경험이 많아지고 스스로 생각을 차단하려고 많이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냥 가볍게 살고 있죠. 지금은 고민을 줄이고 행동을 먼저 하면서 다음 플랜을 생각하기 때문에 거창한 삶의 목표나 계획 같은 것들이 사실은 없어요. 살면서 소소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이나 행복이 저한테 너무 커서 지금 느낄 수 있는 행복들로 계속 채워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