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먼저 독자분들께 소개 부탁드려요.

유동 저는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우선 공상온도와 어떤 인연이 있는지 궁금해요.

유동 지금 함께 하고 있는 프로덕션 오소리웍스가 생기고 처음 다 같이 공연을 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그 때 공상온도에서 처음 공연을 했어요. 공연을 하면서 마신 음료도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날 공상온도에 방문했는데 공연을 할 때와는 다른 모습에 반했죠. 평소에는 노트북을 가지고 오셔서 작업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그걸 보고 특이한 공간이다 싶었죠. 인천에 살아서 엄청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공상온도에 오면 레몬에이드와 파운드 케이크를 자주 먹어요. 또 최근엔 두 번째 정규 앨범 텀블벅 배송을 위해 함현희 대표님과 단편선님, 몇몇 동료들과 함께 앨범 포장했던 게 기억이 나요. 밤에 공상온도에서 포장 했거든요. 공상온도에 뮤지션들이나 다른 아티스트들을 위한 텀블벅 배송 패키지도 있어요. 당시에 공상온도라는 공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포스팅을 올리셨던 이후여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진행을 했었죠.

유동님께서는 공생공상에 단순히 공연으로 연대해 주신 것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의 기획 초반 기여자 모임에도 참여 해 주셨어요.

유동 대표님을 우연히 사적인 모임에서 뵀는데 공상온도가 처한 힘든 상황을 소상히 알려주셨어요. 그전에 에반스 라운지라는 곳이 문을 닫기도 했고 공간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렇게 또 공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구나 생각했죠. 사실 공간이 없어질 때 그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잘 모르거든요. 보통은 그냥 ‘문을 닫았구나’, ‘돈이 없구나’, ‘잘 안됐나 보다 아쉽네’가 끝인데 당시의 상황을 덤덤하게 말씀하셨어요. 그 부담감과 디테일한 상황을 알다 보니 저도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제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람들 많은 곳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공연이라도 할게요’라고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공생공상 기획을 위한 기여자 모임이 만들어졌고 내가 함께 하겠다고 했으니 가봐야겠다고 해서 기여자 모임에도 함께 하게 된 거죠.

그렇게 함께 하게 된 기여자 모임은 어땠나요?

유동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자는 것보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이 공상온도가 처한 상황에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다 같이 이런저런 의견을 내는 걸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다들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자기 일처럼 하고 계시는구나를 느꼈고 저도 그 자리에 임하는 마음이 달라졌죠. 그리고 이번 타이틀이 공생공상이었잖아요. 제가 의견을 냈어요. 처음엔 공상공상이었는데 다른 분의 의견과 합작으로 최종적으로 만들어졌죠. 저도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지 몰랐어요. 다들 자기 일처럼 하시니까 저도 모르게 적극성이 나왔던 것 같아요.

지금 다시 이야기를 하니 생각이 나네요. 유동님의 아이디어로부터 타이틀이 만들어졌었죠. 그렇게 타이틀이 붙여진 ‘공생공상’ 공연은 어땠나요?

유동 사실 공연 일정이 나오기 전, 9월에 경기도 연천에서 한 달 살기가 계획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일정이 9월로 나온 거예요. 연천에서 홍대까지 버스도 잘 없어서 3시간 정도 걸려요. 그래서 10월로 공연 날짜를 바꾸려고 연락을 드렸죠. 사실 함께 공연을 한 수인님, 정혁님과 다른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운영하시는 수인님께서 ‘그때 생각나서 셋이 라인업을 넣었는데 좀 아쉽네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솔깃해서 제안 주신 날짜에 하기로 했고, 수인님, 정혁님과 함께 공연을 할 수 있었어요. 공연을 하면서 수인님께서 말씀하셨던 공연 날이 떠오르기도 했고 그날 와주셨던 관객분들께 더 감사한 날이기도 했어요. 한편으론 모객을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기도 했죠.

공상온도에서 공연을 할 때 느껴지는 다른 공간들과의 차이점이 있나요?

유동 공상온도는 공연을 위한 공연장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이잖아요. 음향 장비가 공간에 맞춰서 설계되는 전문 공연장과 달리 공상온도는 관객분들이 듣기에 전문적으로 설계된 공간은 아닌 거죠. 관객석도 위치나 방향이 바뀌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공상온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러프한 맛이 있어요. 가끔은 안방 같은 느낌도 들고 재밌는 공간이죠. 계단 위에서 보면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기도 하고 구석구석 뜯어보면 묘한 매력이 많은 공간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공상온도에서 본 공연 중에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요?

유동 개인적으론 제 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관객분들과 함께 노래를 하는 싱어롱쇼를 한 적이 있거든요. 거리두기로 그전까지는 박수만 칠 수 있었는데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는 시기에 맞춰서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는 공연으로 기획을 했었어요.

코로나 규제로 인해서 부를 수 없다가 부를 수 있게 되어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유동 네. 누군가가 얘기해 줬던 말 중에 공간이라는 개념은 물리적인 개념만 있는 게 아니라 시간적인 개념까지 안고 간다는 말이 감명 깊었어요. 다시 생각해 보면 공연계나 음악계가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 했던 날이 있었구나를 떠올릴 수 있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최근엔 새를 좋아하는 뮤지션 세 분이서 ‘자꾸만 돌아오게 돼’라는 공연을 하기도 하셨잖아요.

유동 기나이직님께서 먼저 ‘저도 새를 좋아해요’라고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새를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공연을 기획해 보고 싶다고 말씀해주셨고, 지원 사업을 통해 저와 핀 피오르님을 불러주셨죠.

새를 좋아한다는 접점이 흔하지 않은 것 같은데 반가웠을 것 같아요.

유동 단톡방에서 스스로를 대표하는 겨울 철새를 뽑는데 처음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겨울 철새들 이름을 다 나열하면서 여기서 뽑으시면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굉장히 쉽게 뽑을 수 있었죠. 기나이직님께서 ‘제가 잊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덕후였죠.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장애물이나 서로 마찰 없이 굉장히 순조롭게 모든 일들이 진행됐어요. 또 공연 장소도 공상온도라고 말씀해 주셔서 더 기분이 좋았죠.

유동님은 공연을 활발히 하는 뮤지션에 속하시는 것 같아요. 이러한 뮤지션 입장에서 작은 공간들이 문을 닫아서 생기는 어려움이나 현재 인디씬의 공연 예매율이 좋지 않은 걸 체감하시나요? 

유동 코로나 상황 때는 공연 수가 엄청 줄었다가 지금은 회복됐지만 공연에 오시는 분들이 줄어들었다는 걸 느껴요. 가끔 티켓 사이트에 들어가서 예매 현황을 살펴보면 빈익빈 부익부가 심하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사실 기획 공연을 하면 손해를 봐요. 그러다 보니 공연이 ‘나는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를 보여주기 위한 투자라고 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이렇게 활동하고 있다고 증명하기 위해 계속 사비를 들여서 공연을 진행하는 거예요. 그렇게 계속 진행을 하면 어느 정도 성장세를 보여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 성장세가 가로막힌 거죠. 앞날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지만 열심히 하면 되리라는 믿음으로 했는데 생각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공연할 돈으로 영상 찍어서 유튜브로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요. 뮤지션들이 정말 공연을 안 하고 유튜브나 온라인 송출로만 음악을 선보이면 진짜 공연장은 더 없어지게 되거든요. 그래서 힘들더라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3년 동안 쉬었던 클럽 빵 공연도 10월에 했죠. 신기한 게 제가 빵에서 공연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빵 사장님께서 ‘공연할래?'라고 문자가 왔어요. 그래서 ‘좋아요’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최근엔 온스테이지도 막을 내리게 됐잖아요.

유동 온스테이지에 출연하셨던 분들이 포스팅을 많이 올리시더라고요. 근데 저는 안 올렸거든요. 못 올리겠더라고요. 현실 자체를 받아들이면 감정 소모도 있고 제가 잘 안될 때 SNS를 보고 질투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출연을 원했던 분들은 그런 포스팅을 보고 더 아쉬워할 것 같은 거예요. 온스테이지가 꿈이었던 사람들도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못 올리겠더라고요. 또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올려야 하는 수고로움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수고로움을 자행하면서까지 이 아픈 현실을 남기기가 좀 그랬던 것 같아요.

올해 이곳저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곡을 쓰기 위해서 어딘가로 떠나시는 편인가요?

유동 춘천에서의 한 달 살기가 처음이었어요. 저는 음악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거든요. 생각이 떠오르거나 좋은 게 생기면 곡을 만들어서 ‘나는 이렇게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창작 쪽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타입이라서 제 자신을 내몰기 싫기도 했고요. 힘든 현실에서 발버둥 치기도 힘든데 굳이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나 했죠.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게으른 사람의 변명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프로듀싱하시는 단편선님께 2집을 내야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당시에 곡이 없는 상황이어서 곡을 쓰려면 완벽한 고립이 필요할 것 같았죠. 그래서 한 달 살기를 할 곳을 찾고 있었는데 친구의 소개로 춘천에서 한 달 살기를 처음으로 하게 되었어요.

가장 최근엔 연천에서도 한 달 살기를 하셨죠?

유동 춘천에 갔을 때는 뭔가를 써내야 했거든요. 그래서 하루 종일 밖에 안 나갔던 적도 있어요. 연천에 가기 전에는 정규 앨범이 나오고, EP 앨범 작업도 다 끝내고, 텀블벅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까지 다 만들고 간 거였어요. 그래서 연천은 조금 쉬러 간 거죠. 춘천에 갔을 때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제 자신을 내몰지 않아도 되고 편안하게 쉬면서, 공연도 두 번 하고 곡도 두 곡을 써서 나왔어요.

그냥 작업을 했을 때와 어딘가로 떠나 고립되어 작업을 하는 게 차이가 있었나요?

유동 둘 다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었었는데 전업 뮤지션이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런데 춘천처럼 너무 내몰수만은 없으니까 연천처럼 좀 쉴 수 있는 한 달 살기도 하면서 그 밸런스를 잘 맞춰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해보니 한 달은 좀 길어서 3주나 2주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그럼 다음에도 또 하실 생각이 있으신 거네요.

유동 기회가 되면 좋은 곳에서 곡을 써보고 싶어요. 함께 하는 동료 뮤지션들과 다 같이 송캠프를 가고 싶거든요. 사실 정규 2집 발매하기 전에 다 같이 멀리 가서 합주하면서 편곡을 하려고 했는데 날짜 맞추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다음엔 꼭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 발매된 EP는 함께 작업하시는 프로듀서 단편선님 없이 혼자 하셨잖아요. 혼자 하는 앨범 작업은 어땠나요?

유동 이전에도 프로듀서가 하는 일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프로듀서와 함께 해오다 보니 까먹었나 봐요. 혼자 하던 그 부담감을 다시 느꼈죠. 너무 할 게 많고 집중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욕심을 비워가면서 했던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단편선님 같은 경우는 사운드를 많이 채우시는 편이고 저는 조금씩 덜어내는 스타일이거든요. 다음 행보를 위해 여기서 에너지를 다 소진할 수는 없으니까 고집을 좀 내려놓고 작업을 했죠. 그래서 이번 EP는 더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들긴 했지만 혼자 작업을 해서 오히려 좋았던 점도 있었나요?

유동 편선님 없을 때 제가 혼자 제작을 했던 앨범에서 원했던 것들을 이번에 더 성장해서 들려드릴 수 있는 앨범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올해 편선님이 프로듀싱 한 정규 앨범과 제가 제작한 EP 앨범이 나와서 색다른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인 거죠. 정규 2집이 없었다면 이번 EP 앨범이 가지는 장점이 부각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올해 유독 많은 활동을 하신 것 같아요.

유동 올해 앨범을 많이 내다보니 ‘이게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내년에는 EP 앨범 하나와 싱글 하나를 계획하고 있고, 거기서 기회가 되면 싱글을 하나 더 발매를 해서 총 2개의 싱글을 내는 게 목표예요.

활발한 활동 덕에 이번 멜론뮤직어워드에 ‘호수’가 후보로 오르기도 했잖아요.

유동 깜짝 놀랐어요. 같이 후보에 오른 뮤지션들이 다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거든요. 다브다의 ‘Flower tail’이 수록된 ‘Yonder’ 앨범을 특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같이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게 영광이에요. 올해 정말 열심히 했는데 제 노력을 알아주신 것 같아요.

이렇게 인디씬에서 어려움과 좋은 성과가 공존하는 가운데 오래도록 음악을 할 수 있을까요?

유동 제 목표 중 하나가 오래 음악을 하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어줬으면 좋겠고 그런 음악을 만들면 좋겠다는 게 기반에 깔려 있어요. 지금처럼 아니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다른 사람은 생각 안 하고 세상에 나를 남기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나를 남기는 음악을 하려면 오래 해야 될 것 같더라고요. 이런 얘기들을 구구절절 못해서 그냥 ‘오래 하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말을 했는데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시면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지금처럼 하지 않을까요? 예전 클라우즈 블록 시절에 저였다면 지금의 제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거든요. 물론 지금의 저 역시 미래의 제 모습을 상상할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