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됸쥬 안녕하세요. 저는 밴드 코토바에서 보컬과 기타, 그리고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됸쥬입니다. 반갑습니다.

함현희 대표님께 듣기로는 공상온도에 와서 택배 부치는 일도 도와주신다고 들었어요.

됸쥬 뭔가 해드리고 싶은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그 과정에서 사리사욕도 챙기고 있어요. 사실 저는 택배 포장하는 행위를 좋아해요. 평소에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어지러운 방 같은데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정리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 MD도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공상온도를 특별히 아끼시는 이유가 있나요?

됸쥬 뮤지션,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된다는 게 고마워요. 저희도 MD 판매 대행을 맡긴 적도 있고, 여기에 오면 요즘 신인 작가분들 혹은 인디팬던트 아티스트 분들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볼 수 있는데 제 활동 반경 안에 그런 공간이 있으니 너무 좋더라고요. 제 손이 닿는 곳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 있고 저희도 공연을 한 적이 많다 보니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제가 대표님한테 진짜 감사했던 게 공상온도가 옮기기 전에 공연 겸 전시를 일주일 정도 하고 싶다고 얘기를 드렸어요. 그때는 아직 말을 많이 해 본 상황도 아니었고 그냥 몇 번 가봤던 정도의 손님이었어요. 근데 들으시더니 재밌겠다고 한 번 해보라고 하셨죠. 그리곤 정말 엄청난 일이 벌어졌어요.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 주제가 ‘얀데레’였어요. ‘얀데레’라는 게 사랑하는 대상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걸 말하거든요. 애정이 병적으로 승화된 카테고리인데 그때 제가 그 테마에 심취했었나 봐요. 당황스러울 수 있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대표님께서 열심히 서포트를 해주셨어요. 작가분들의 작품을 모아서 전시하고 뮤지션들한테는 노래를 받아서 공연을 했죠. 덕분에 작가분들도 기뻐해 주셨고 뮤지션들도 자신의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었어요. 그런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지난 7월에 공상온도 연대 공연인 ‘공생공상’에 함께 해주셨어요.

됸쥬 공상온도가 옮기기 전부터 이른바 ‘다닌다’고 할 수 있었어요. 대표님과도 아는 사이고 이 공간 자체를 워낙 좋아하는데 여러 가지 외부적인 요소로 운영이 어렵다고 하시니까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본인이 그만하고 싶어서 그만두는 거면 상관없는데 그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공생공상 공연에 대한 소식을 접하기 전에도 저희끼리 약간 금전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희 첫 번째 EP 언어의 형태가 완전 절판인 상태였는데 제가 숨겨놨던 한 장이 있었어요. 그걸 경매에 부쳤더니 어떤 팬분이 500달러에 사주셨죠. 한국 돈으로 하니까 55만원 정도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드린 적도 있고, 이런 와중에 공생공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코토바로 참여하고 싶었지만 요즘 저희 팀이 너무 바빠서 밴드로 참여는 어려웠지만, 요즘 솔로 공연을 자주 안 하기도 했고 팬분들이랑 오랜만에 만나면서, 공연을 통해 공상온도가 조금이라도 지속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솔로로 신청하게 됐죠.

연대 공연의 이름이 ‘공생공상’이에요. 공간과 뮤지션이 서로 공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거든요. 이 말에 대해 실감하나요?

됸쥬 그렇죠. 메이저 회사를 통해서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인디 뮤지션이나 예술가에게는 이런 공간이 정말 대중들을 만날 수 있는 창구잖아요. 눈에 한 번 띄고 안 띄고가 중요한데 눈에 띌 수 있게 해주는 공간들이니까요. 지금도 신인 뮤지션들을 데려다가 라인업 공연을 하는 공연장들이 있잖아요. 저희도 그런 라인업 공연으로 시작한 케이스인데 요즘 그런 곳에 관객이 잘 없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참 아파요. 이런 공간이 없다면 정말 SNS밖에 남지 않는 건데 SNS는 워낙 자극적인 것들도 많고 트렌드도 빨리 변하니까요.

맞아요. 요즘엔 새로운 것들이 너무 많이 나오는데 시간은 한정적이잖아요.

됸쥬 다들 너무 바쁘기도 하죠. 너무 바쁘다 보니까 새로운 걸 접하고 받아들이기에는 기력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넷플릭스에서 신작을 보기 위해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거든요. 근데 새로운 뮤지션을 알게 되고, 그런 팀들을 하루에 몇 팀이나 새로 접하고, 이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보니까 그냥 아는 거 먹고, 아는 거 또 보는 식으로 이미 좋아하는 팀들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기도 해요. 재밌는 게 너무 많으니까요.

오히려 요즘은 공연보다 오히려 전시를 더 많이 보러 가는 것 같기도 해요.

됸쥬 아무래도 전시가 공연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것 같아요. 보통 전시는 공간이 밝고 꽤 오랜 기간 진행하잖아요. 미리 갔다 온 사람들의 블로그도 좀 볼 수 있고요. 그런데 공연은 아니잖아요. 같은 공연이어도 완전히 같을 순 없죠. 그래서 요즘엔 페스티벌에 많이 오시는 것 같기도 해요. 작년에 갔던 사람들의 후기도 찾아볼 수 있고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고요.

그럼 됸쥬님은 소비자로서 복합문화공간이나 다른 공연장에 잘 방문하시는 편인가요?

됸쥬 사실 밖을 잘 나가지 않아서 자주 방문하지는 못하지만 제가 가는 곳 인근에 있다면 들어가 보기는 하는 것 같아요. 최근엔 연희동에 공연을 하러 갔는데 근처에 연극과 관련된 서적들만 모아 놓은 곳이 있더라고요. 독립 서점에 입고되는 책을 쓰는 분들은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면서 책을 완성하신 거잖아요. 그런 것들이 모여 있다는 게 감동이 있더라고요.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독립 서점, 영화 등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됸쥬 어릴 때부터 음악, 책 같은 것들을 항상 좋아했는데 흔히 말하는 인디 뮤지션이 되고 나서 제가 간 공간에는 그런 것들이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거고 이렇게 말씀드려서 그렇지 저는 거대 자본이 들어간 것들도 되게 좋아해요. 호캉스나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것들이요.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됸쥬 그냥 골고루 하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에요. 어떤 장르든지 다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호캉스도 가면 무조건 좋은 점만 보이는 건 아니잖아요.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 힘들겠다 이런 생각도 들고, 인디 서적을 보면 어떤 부분은 신선하고 재밌다고 느끼는 반면, 어떤 부분은 너무 거칠다고 느끼기도 해요. 밸런스를 잘 찾아가면서 조금씩 뷔페 스타일로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럼 그런 취향이 만드는 음악에도 영향을 주었나요?

됸쥬 그렇죠. 저희 음악이 박자나 곡의 구성은 인디펜던트한 느낌은 있지만 제가 만든 멜로디 라인은 팝이거든요. 어떨 땐 약간 뽕기 있을 때도 있고요. 그런 것들이 다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코토바 음악은 음원보다는 공연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엔 주로 스트리밍 형태로 음악을 많이 듣잖아요. 그래서 더 신경 쓰는 것들이 있을까요?

됸쥬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있다기보다는 그건 하나의 흐름이고 이 흐름 안에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 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에 가까운 것 같아요. 라이브의 에너지를 음원에 좀 더 담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하면서 음원은 음원대로, 라이브는 라이브대로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코토바가 해외 투어를 떠나게 되었어요. 인터뷰가 공개될 때쯤엔 이미 해외에 계실 것 같은데 소감이 어떤가요?

됸쥬 팬을 많이 만들어 오고 싶어요. 유럽에는 이미 저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제발 파리 좀 와주세요.’, ‘제발 런던 좀 와주세요.’ 이런 댓글이 몇 년 동안 쌓이다 보니까 진짜 가야겠다 해서 가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아직 저희를 모르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니까요. 그래서 저희를 처음 뵙는 분들을 저희 팬으로 만들어 오고 싶어요.

해외 중에서 일본 시장은 한국보다는 안정적이라고 들었는데 어떤가요?

됸쥬 사실 저희가 한국보다 해외를 위주로 활동하고 싶었는데 팬데믹 때문에 어려웠죠. 그래도 일본의 인디밴드 씬을 조금 경험한 걸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사실 씬이 형성이 되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보다 상황이 훨씬 나은 건 아니에요. 한국보다 음향이나 조명 같은 시스템이 조금 잘 되어 있는 정도죠. 그리고 한국은 하루에 5팀이 나오는 라인업 공연을 하면 공연장에 제출할 서류가 많지 않거든요. 셋리스트는 손으로 써서 드리기도 하고요. 근데 일본은 사전에 상세히 제출을 해야 돼요. 그러다 보니 엔지니어도 다음 곡이 뭔지 아니까 더 신경 써 줄 수 있고 팬들도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오히려 일본은 뮤지션들의 팬이 오지 않으면 공연장에 돈을 내야 돼요. 티켓 할당제 같은 거죠. 그니까 예를 들어 수요일에 공연을 하는데 10명이 저희를 보러 오지 않으면 10명만큼의 티켓값을 내야 하는 거죠. 그래야 공연장이 운영이 되는 거예요. 그러다 정말 눈에 띄는 팀들이 메이저에 데뷔를 하게 되는 거고요.

오히려 돈을 내야 한다는 건 몰랐어요. 이런 것들을 알고 있음에도 일본을 비롯한 해외 위주로 활동 계획을 세운 이유가 있나요.

됸쥬 저희 음악 자체가 일본의 매스록 씬에서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 일본은 세계 2위 시장이니까 한국에서 10팀 중 1위 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100팀 중에 20위 하는 게 조금 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동경 같은 것도 있었죠.

소속사 없이 떠나는 투어인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됸쥬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메일을 쓰고, 문서를 작성해서 보내고, 하는 것들이 많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공연을 한 날은 그런 페이퍼 워크를 좀 하기 어렵죠. 그래도 저희가 멤버 4명이서 분업이 잘 되어 있어요. 저는 SNS를 담당하고 있고요. 그래서 안 되는 걸 걱정하고 신경 쓰기보다는 일단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단 가서 마주한 어려움들을 해결해 나가는 편이에요. 그것 말고는 식사가 신경 쓰여요. 그래서 밥솥을 샀습니다.

그럼 기대되는 건요?

됸쥬 현지에 있는 맛있는 음식들이요. 이번에 튀르키예에 가거든요. 잔다리 페스타에서 만난 튀르키예 팀과 같이 공연할 예정인데 그 팀이 진정한 튀르키예식 아침식사를 보여주겠다고 했어요. 튀르키에 아침 식사가 엄청 거대하다고 들었거든요. 그걸 대접해 주겠다고 해서 그게 너무 기대돼요. 또 현지에서 만난 팀들하고 친해지고 싶어요. 저희랑 같이 공연을 할 거라고 정보를 전달받아서 다른 팀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다 너무 좋더라고요. 살면서 그 뮤지션들과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겠어요. 저번엔 상하이에서 온 팀과 친해져서 일본에서도 공연도 하고 제가 한 곡 피쳐링도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추억들도 많이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photo by @raw_jungk